역사의 현장/세계사 편력

아르헨티나 역사 - 월스트리트에 들어온 시골 소녀.

안개 속 구름 2014. 10. 13. 12:05

 라틴 아메리카의 양대 주역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무역구조불균형 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주목 받는 이머징 마켓으로 기지개를 켠 듯 했지만, 또 다시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인 무역 구조 불균형은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 고질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농 축산업에서 비교 우위를 가졌던 나라이다.  파파스라는 굉장히 비옥한 토지에서 나오는 쇠고기가 특히 유명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가격 변동에 굉장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세계 체제 중심부에서 발생하는 변화에 취약하다.  경제 종속이 심하기 때문에 이번 외환위기에도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외환 환율 변동에도 민감하다.   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다.  해외 자본 투자가 거의 35%를 초과한다.  국내적으로도 도농간 불균형이 심각하다.

 


 세계 금융 체제는 선진국들의 주도아래 건설된 질서 이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은 산업 구조나 펀더멘탈 보다는 금융으로 인한 위기를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점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언론들은 아르헨티나의 위기를 포퓰리즘으로 단죄하는 경향이 있다.   인기 영합주의로 인한 왜곡된 경제 정책이 경제 위기의 근원인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 보아야 한다.

 




 아르헨티나 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 대부분의 나라는 2차 대전 직후 세계 경제 질서에 편입된 국가들이다.   보통 세계 자본 질서에 편입이 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국내 자본을 모으고 결집하고 국내 산업을 일으키고 해서 경제 활동을 활발히 수행할 수 있는 중산층 즉 부르주아들을 육성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 체제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아직 국가 체제도 완성하지 않은 상태로 세계 체제에 반강제적으로 편입이 된 것이다.  노동자 계급이 형성되지도 않았고, 국내 자본도 미약한 상태에서 1차 상품을 수출하는 데에만 의존하는 취약한 경제 구조 때문에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가 등장하여 이른바 페론주의 즉 포퓰리즘을 수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도 지도 체제 보다 국가의 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사실 긍정적인 차원의 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즘이란 민중을 주체로 세우고자 하는 정책이다.  

 

                                                              (페론 영부인 일대기를 그린 영화)

 페론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에 의해서 실각하고 오랜 세월 망명을 했다. 그 후 그는 다시 돌아와 재집권에 성공한다.  페론은 아르헨티나의 무역구조 불균형을 쇄신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싼 농축산품을 수출하고 비싼 제조상품을 수입하기 보다는 자신들도 산업 근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칠레를 필두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바람이 불어 오기 시작했다. 사회주의적 경제 발전 모델을 추구하던 군부 세력은 스스로 물러나고 페론같은 지도자가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도자들은 이미 늙었고, 패기가 없었다.  일례로 페론 대통령의 영부인 에비타는 민중 결집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페론의 세 번 째 아내는 그런 그릇이 되지 못했다.   결국 짧은 집권 후 물러나게 된다.   또 다시 군부가 집권하고 80년대에 다시 민정에게 정권을 이양하는 부침이 반복된다.  한국과 한 가지 다른 점은 아르헨티나의 권력 변화는 민중의 시위나 무력이 아니라 한계를 느끼고 지도부가 스스로 물러났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온대 지방이고 비옥한 땅이다.  이민을 가게 되면 쇠고기를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먹을 수 있고 누구나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농축산업의 제왕이라 할만하다. 한때 남미 최고의 부국이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게 경제에 편입이 되면서 취약성을 드러내었고, 미국의 심한 견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툭하면 금융위기를 겪어야 했다.  선진자본이 장악한 세계 경제 체제가 얼마나 모순으로 가득한 가를 웅변하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50년 동안 수입 대체 산업화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미국의 뒷마당으로서 착취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지정학적 불리를 극복하고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는 아르헨티나 뿐만 아니라 모든 남미국가들이 짊어져야 할 숙명이 되고 있다.  현재 남미 국가들은 미국에 맞서 자기들끼리 뭉치는 지역 블럭을 시도하는 움직을 보이는 것도 이런 역사적 이유와 맥을 함께 한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