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우수성, 한글 창제의 원리, 훈민정음 해례본
집현전 학사들도 처음에는 한글 창제를 반대했다. 양반 사대부들에게 한글 창제는 결코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한문으로 된 유교 경전을 얼마나 잘 익혔는지를 판별하는 것이 과거 시험이었다. 그런데 한글로 학문을 익힌 자들이 벼슬을 하게 된다면 그들에게 위협으로 느껴질 것이었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에게 한글이 널리 퍼지는 것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로 여성들에게 한글이 보급되었다 여성들이 서로 편지를 주고 받을 때 한문보다 훨씬 쉬운 한글이 두루 사용되었다. 남자들도 여성과 의사소통 하려면 한글이 필요했기 때문에 한글을 익혔다. 지금도 한글 편지가 많이 남아있다.
불교 역시 한글 보급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글을 이용해서 불교의 번역서를 많이 간행했다. 한문을 모르는 일반 백성들에게 까지 불교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었다. 그것은 큰 공덕으로 여겨졌다. 세종대왕도 불경의 번역서를 한글로 출간하여 한글의 우수성을 시험했다.
조선 후기에 소설이 유행하게 된다. 처음에는 한문 소설이 유행했으나 한글로 번안하거나 번역한 책들이 나오게 된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기 위해서 한글을 공부하는 풍조가 나타나게 되었다. 나중에는 상업화 돼서 인쇄하는 상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글을 부르는 이름도 여러가지이다. 세종이 처음 만들 때 공식적으로 훈민정음으로 이름을 붙였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비하하는 말로 언문이라고 했다. 한문을 진서, 즉 진짜 글자라고 칭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로 여성들이 많이 사용해서 암클이라 했고, 어린 아이들이 사용한다고 해서 아해글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른 시기에 암클이나 아해글이라고 불리었다는 기록은 없다.
개화기에 이르러 민족 정신 자각을 통해 우리 말과 한글을 높이 평가하는 인식이 생겨났다. 국문 즉 나라글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이어서 한글이라는 명칭이 나타나게 되었다. 한글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주시경 일 것으로 추측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위상: 세계의 문자들은 크게 표의 문자와 표음문자로 구분이 된다. 표의 문자는 뜻을 가진 단어들을 하나하나 별개의 문자들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점차 문자들은 표음 문자로 진화 발전하게 된다. 한글은 명실상부한 표음 문자이다. 소리를 표기하는 글자인 것이다. 그래서 훨씬 경제적이다. 로마자도 표음문자인데, 한글은 표음 문자 중에서도 가장 체계적이고 발달한 형태의 글자라고 평을 받고 있다. 한글의 경우에는 서로 비슷한 글자의 형태가 비슷하다. 그래서 한글은 소리의 낱낱의 자질까지 나타내는 자질 문자이다.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알파벳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한글의 구성 원리: 훈민정음해례본에서는 한글의 과학 원리를 알려주고 있다. 어느 개인이 짧은 시간에 만들고 그 원리를 명시적으로 책에 남긴 유일한 글자이다. 그래서 유네스코에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다. 발음 기관의 본을 떠서 글자를 만들었다.
오늘날에는 X레이가 있어서 발음기관의 모양을 알 수 있지만, 조선 초기에 그런 기술 없이 발음 기관을 본 떴다는 것은 획기적이다. 모음은 천지인을 본떠서 즉 하늘의 이치를 좇아 만들었다. 상당히 수준 높은 철학적 원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전화에는 하나의 버튼에 비슷한 글자들이 배당되어 있기 때문에 한글은 정말 정보화 시대에 안성맞춤이다. 한글의 과학성은 오늘날 더 빛을 발하고 있다. 한글을 배우는 외국의 학교들이 꽤 많아졌다. 중국,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류는 한글의 보급을 앞당기고 있다. 한국의 문화 컨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한글을 익혀야 한다. 한류의 열풍이 앞으로 지속되는 한 한글의 보급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 신조어가 범람하고 있다. 하지만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느 세대나 기성 세대와 다른 언어 또는 은어를 만들어 왔다. 젊은 세대의 새로운 언어 관습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한글의 표현력을 풍부하게 하는 순기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