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인 3명이 마약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사형 집행되었다. 그들이 스스로의 탐욕 때문에 자초한 일이기도 하고, 마약을 밀매한 것은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행동이기 때문에 그들을 두둔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본다. 다만 거론하고 싶은 것은 중국이 어떻게 인도적인 범죄 양형의 보편적 국제 기준을 저토록 뻔뻔하게 무시하는 근본이유가 무엇인지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첫째, 중국 당국의 주된 관심은 자신들의 정권유지이지 국제적 질서의 구성원으로서의 편입이 아니다. 중국 밖에 사는 외국인들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것은 중국이 대외적 외교활동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중국 당국이 생각하는 내치의 가장 큰 목적은 정권유지이고, 외치의 가장 큰 목적도 정권 유지이다.
올림픽의 목표 역시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 위함이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표준을 지키는 민주 진영 국가들은 올림픽 유치가 일종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 향상과 그로 인해 선순환 되는 무역수지 개선이다.
2008년 북경올림픽이 열렸을 때 필자는 북경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 당시 북경에서 벌어지는 진귀한 풍경은 지금도 필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줄곧 보아왔던 길거리 행상인이나 구걸하는 사람들이 마치 휘발해버린 것처럼 어느 순간 사라졌었다. 태양마저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스모그 연기는, 막대한 돈을 들여 쏟아낸 인공 강우로 인해 깨끗이 사라져서, 모처럼 깨끗한 하늘을 연출했었다. 뜨겁지만 건조한 북경의 여름 날씨가 마치 한국 여름 날씨처럼 습하고 무더운 날씨로 변해 있었던 것은 마치 SF영화를 보는 듯했다. 북경의 모든 버스 안에 설치되어있는 TV는 올림픽 상징물과, 선전물로 가득했고, 거의 2년 이상 버스에서 주구장창 시선과 청각을 빼앗겨야 했다. 북경 전체에 걸쳐 설치해 놓은 올림픽 선전 부스 안에는 도우미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로 매워져 있었는데, 노인들의 비중이 높은 중국에서 어떻게 그리도 많은 젊은이들을 모집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아이들은 하나 같이 심각한 중화주의 사상과 국수주의로 물들어있었고, 올림픽 행사가 마치 자신들의 신분을 일거에 엘리트 반열로 격상 시켜 준다는 황홀한 착각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인민군이 도열하면서 오성 홍기를 모셔오는 장면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연상시켰다.
일반적으로 개도국이 올림픽을 유치하는 이유는 양수겸장이라고들 한다. 체제 단속과 대외이미지 향상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체제 단속이 우선이고, 대외이미지 향상은 그저 부차적인 수입인 것이다. 필자는 북경에 거주하면서 확신했다. 올림픽이 노리는 중국 당국의 함의가 무엇인지를. 중국은 자국민이 결코 계몽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올림픽은 중국인들에게 외부의 선진적인 인권, 사상의 자유에 대한 계몽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 공산당은 중국인들이 올림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른 간식거리를 이미 고도의 계산으로 베풀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박애, 세계 평화, 인권이 아닌 중화민족만의 올림픽이었다. 올림픽은 공산당이 인민들에게 베푼 지상 최대의 자축연이었고, 배포였다. 그 특유의 박진감과, 생색을 곁들이면서 말이다. 중국이 노린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공산당은 언제나 인민들을 챙기는 빅보스이고, 중화사상은 공산당의 야만성을 가려주는 아름다운 비단이며, 올림픽은 인민에게 베푸는 시혜여야만 했다. 사실 중국 경제 발전의 주역은 헐값으로 노동력을 제공해야만 했던 수억명의 농민공이었고, 싼 인력을 무한정 제공할 수 있는 듯 마법을 부리는 공산당에 대한 외국 제조 기업의 신뢰였다.
둘째, 중국이 한국인 사형 집행을 그토록 처연히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정부도 별 수 없는 이익집단적 속성을 지닌 속물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앞서 다루었듯이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은 중국 공산당을 속물로 알고 있다. 그럼 반대로 중국이 우리를 속물로 본다고 해서 이상한가? 세계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인 국가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그야말로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서커스를 보면서 세계 시민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해 왔다. 중국 공산당은 13억이라는 인구를 서커스 동물들처럼 부렸고, 세계 시민들은 오락과 여흥을 즐겨 왔다는 것이다. 만일 메이드인 차이나가 없다면 단 하루라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몇이나 있을 지 생각해보라. 우리가 과연 중국 공산당을 질책할 자격이나 있을까? 사실 우리 모두는 공산당이 자국 인민들을 착취하는데 공조 했다. 중국이 세계 공장 역할을 해준 덕분에, 자칭 우아하고 세련된 선진국 국민들은 도덕적 책임을 중국에게 떠넘기고 청렴함을 주장하며,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물가 안정과 풍요를 누려왔다. 중국이 한국인 3명을 사형 집행했을 때 한국정부는 단지 안타깝다는 성명만을 발표했다. 한중 관계가 손상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여론은 들끓었다. 하지만 과연 한국 정부가 지금에 와서 손을 쓸 힘이 있을까?
한국 정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중국이라는 손가락을 물기에는 너무 아픈 상황이 되어버렸다.
중국의 파룬궁 탄압, 인권유린, 종교 박해 등 끔찍한 반인륜적 사건들에 대해 과연 우리는 유혈죄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중국인들의 피눈물은 간과해왔으면서 겨우 3명의 자국인 사형집행에 자존심을 내세우는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며칠 전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말을 했다. "그들(중국)은 감정적이지 않고 관념적인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래서 단순히 국제규범에만 호소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
필자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단 한번도 중국산 물건을 써 본적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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